전쟁이 바꾼 것들
투자자들은 왜 방산 시장을 보기 시작한 걸까?
Vol.1 | 2026.03 |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스타트업빌딩팀 박정수 책임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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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inked-in, Ivo Denemark, Director of the startup and venture investment division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유럽 한복판에서 2차대전 종전 이후 가장 큰 국가 간의 전면전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수 주 이내로 전투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기약없는 전쟁의 흐름은 여전히 긴장 속에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을 넘겼고, 중동은 다시 불안해졌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NATO는 국방비를 올리지 않는 국가들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지정학이 추상적인 위협이 아니라 이제는 실물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가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국방 비용이 늘어나는 결과로 귀결됐다.
2025년 글로벌 방위비는 2조 7,000억 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 대비 실질 기준 22% 증가. 유럽과 캐나다만 따지면 같은 기간 50% 증가다. 방산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는 491억 달러로 전년 272억 달러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방산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VC 수가 41% 늘었고, 일부 보고서에서는 섹터 전체 유니콘 기업가치 합산은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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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F, The Invasion of Ukraine: a 3 year perspective
그런데 이 돈이 전통 방산 대기업으로 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흐름과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더 가파르게 재평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기존 대형 방산 브랜드가 아닌, 유럽의 재무장 수혜주와 소프트웨어·자율화 중심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다.
일례로 독일의 라인메탈(Rheinmetall)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이후 주가가 12배 이상 뛰었고, 영국의 BAE시스템스 역시 같은 기간 3배 넘게 상승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방산과 소프트웨어의 경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팔란티어(Palantir)는 국방 AI와 정부 계약 확대를 배경으로 지난 2년간 주가가 약 10배 뛰었고, 안듀릴(Anduril)은 2025년 6월 305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데 이어 2026년 들어서는 600억 달러 수준의 신규 투자 유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방위 산업을 더 이상 단순 하드웨어 증산의 영역이 아닌, 소프트웨어·센서·자율화 체계가 결합된 형태의 산업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듀릴과 팔란티어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그 전에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구조가 있었다.
안두릴은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 피터 틸), 앤드리슨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8VC라는 안보 의식 있는 VC 네트워크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헬싱(Helsing)은 전직 독일 정보기관 출신과 딥마인드(DeepMind) 출신 엔지니어들이 뭉쳐서 만들어졌다. 먼저 사람이 모여서 시작된 것.
근데 이게 그렇게나 중요할까?
방산 스타트업은 일반 스타트업과 다르다. 고객이 국방부이고, 조달 프로세스가 민간과 완전히 다르며, 보안 인허가 없이는 아예 테이블에 앉을 수조차 없다. RFP(제안요청서)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큰 장벽이고, 그 외에 군 조달 용어, 보안 등급 분류, 국방규격 등 헤아려야 할 부분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을 숙지하고 새로운 생태계의 기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RAPTOR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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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aginative, Palantir and Anduril Join Forces to Build Military AI Infrastructure
생태계가 먼저였다 | EDTH
어떠한 특정 산업이 갑자기 주목받는 것처럼 보일 때, 실제로는 몇 년 전부터 커뮤니티가 먼저 움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을 보인다는 것은 아직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EDTH다.
2024년 6월, 공동창업자 벤자민 볼바(Benjamin Wolba)와 요나탄 루터-베르크비스트(Jonathan Luther-Bergqvist)는 뮌헨에서 해커톤을 열었다.
다른 해커톤과 비교해봤을 때도 그리 특별한 건 없었다. 빈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참가자 150명 정도에,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첫 파트너로 헬싱이 왔다는 것.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1년 뒤 그림이 달라졌다. 뮌헨·코펜하겐·파리·베를린·바르샤바·프라하·스위스까지 확산됐고, 2025년에만 20개 이상 이벤트를 열었다.
독일 연방군 사이버 혁신허브(Cyber Innovation Hub der Bundeswehr)와 공동 주최한 베를린 해커톤에는 350명이 모였다. 2026년 2월에는 뮌헨 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와 같은 시기에 역대 최대 규모 해커톤을 열었다.
올해 목표는 행사 수 40개, 지난해의 두 배다.
EDTH가 만드는 건 단순한 네트워킹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파이프라인(Pipeline)이다.
EDTH의 의미는 단순한 네트워킹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방산을 잘 모르는 엔지니어부터 창업자, 연구자를 산업 안으로 끌어들여서 실제 시장의 문제와 마주하는 것이다.
지난 2025년 11월 베를린에서 열린 EDTH 해커톤은 독일 350명 이상이 참가했다. 현장의 군 수요와 스타트업의 기술, 투자자와 산업 파트너가 같은 공간에서 만나 아이디어가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닌 산업의 진입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EDTH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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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unin의 대표 제품인 Kantoret
EDTH를 통해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들로는 스트롱홀드AI(Stronghold AI), 무닌(Munin), 언바운드 오토노미(Unbound Autonomy)등이 있는데, 이들의 사례는 EDTH가 단순한 네트워킹 조직이 아니라 방산 스타트업의 초기 진입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롱홀드AI는 해커톤 이후 Hexa Sprint에 선발돼 50만 유로 지원을 받았고, 무닌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솔루션 검증을 진행했으며, 언바운드 오토노미는 후속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연결됐다. 핵심은 이들이 처음부터 방산 생태계 내부에 있던 팀이 아니라, EDTH 같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산업의 언어와 수요에 접속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의 실질적인 리더인 벤자민 볼바는 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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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enjamin Wolba, benjaminwolba.com
"투자자들은 레벨 10을 30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1에서 0으로, 0에서 1로 가는 길은 누가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Investors can help you take your company from level ten to level 30. But how do you get from level minus one to zero and then to level one? That's where we come in.")
필자도 과거 BETTER里를 진행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은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서로를 몰랐다.
지자체도, 스타트업도, 투자자도 각자 분리된 공간에 있는 느낌이었달까. 배터리 프로젝트가 의미 있었던 건 좋은 팀들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문제를 놓고 실증사업을 하며 가능성을 검증했기 때문이었다. 방산 역시 이 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Raptors를 통해서 방산 시장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자 한다.